무한한 정보 속, AI가 취향을 설계하다
한때 콘텐츠는 ‘더 많이, 더 자주’ 노출되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2025년 하반기, 콘텐츠 소비의 패러다임은 완전히 달라졌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이제는 사용자가 무엇을 봐야 할지조차 피로감을 느낀다.
이 지점에서 AI 기반 콘텐츠 큐레이션 시스템이 빛을 발한다. AI는 사용자의 과거 시청 기록, 클릭 패턴, 머문 시간, 좋아요 반응, 심지어 하루의 감정 기복까지 분석해 ‘지금 나에게 맞는 콘텐츠’를 먼저 제안한다.
이전의 알고리즘이 단순히 ‘비슷한 콘텐츠’를 보여주는 수준이었다면, 현재의 AI는 사용자 개인의 맥락을 이해하고, 정서와 몰입도에 맞는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큐레이션한다. 이는 플랫폼 사용자 경험의 핵심이 되었고, 콘텐츠 제작보다 중요한 ‘소비 설계’의 시대를 여는 원동력이 되었다.
AI 콘텐츠 큐레이션, 어디까지 왔나?
첫째, **영상 콘텐츠 추천의 정교화**다. 넷플릭스, 유튜브, 디즈니플러스 등 OTT 플랫폼들은 AI를 통해 사용자의 시청 습관, 장르 선호도, 시청 위치, 요일, 시간대 등 복합 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몰입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안한다. 추천 리스트가 시간대별로 달라지거나, 사용자 기분 상태에 맞춰 유머·힐링·몰입형 콘텐츠가 선별되기도 한다.
둘째, **음악 추천 서비스의 감정 기반 진화**다.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등은 단순한 장르 기반 추천을 넘어, 날씨, 걸음 수, 심박수, 위치 데이터까지 반영해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한다. 예를 들어, 비 오는 날 혼자 있는 시간에는 재즈와 로파이를, 운동 중엔 BPM 높은 트랙을 제안하는 식이다. 감성 큐레이션이 음악 플랫폼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되었다.
셋째, **쇼핑과 커머스의 콘텐츠화**다. AI는 사용자의 소비 이력뿐 아니라 SNS 사용 패턴, 검색 키워드, 영상 시청 목록 등을 종합해 ‘지금 사고 싶을 것’을 예상하고, 그것을 콘텐츠 형태로 제공한다. 예를 들어, 여행 유튜브 영상을 시청한 직후 트래블 키트와 여행용 캐리어를 추천하거나, 다이어트 식단 콘텐츠를 본 직후 관련 식품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이다.
넷째, **뉴스와 정보 콘텐츠의 신뢰도 기반 큐레이션**이다. 단순히 클릭 수가 높은 기사보다, 사용자가 신뢰하는 언론사, 과거 자주 읽은 주제, 댓글 반응 등을 바탕으로 ‘지적 만족감’을 높이는 뉴스 큐레이션이 이루어진다. 일부 플랫폼은 AI가 기사의 정치 성향, 사실 여부, 읽기 난이도까지 분석해 사용자 맞춤형 뉴스 피드를 구성한다.
다섯째, **AI 비서와 연결된 멀티모달 큐레이션**이다. 스마트 스피커, TV, 자동차, 스마트워치 등 다양한 디바이스와 연동된 AI는 사용자의 상황을 다각적으로 분석한다. 운전 중에는 팟캐스트, 집안일 중에는 오디오북, 운동 중에는 트레이닝 영상 등 맥락 기반 콘텐츠가 자동 제공된다. 디바이스를 넘나드는 콘텐츠 흐름이 사용자 경험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준다.
콘텐츠는 많다. 중요한 건 ‘지금 나에게 맞는가’다
2025년 하반기, 콘텐츠 큐레이션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용자와 콘텐츠 사이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핵심 도구가 되었다. AI는 수많은 콘텐츠 속에서 나만을 위한 흐름을 만들어주며, 몰입의 경로를 설계해준다.
이는 플랫폼의 본질을 바꾸고 있다. 사용자가 선택하기 전에 AI가 먼저 움직이고, 추천된 콘텐츠가 곧 소비의 출발점이 되며,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전체가 콘텐츠와 맞물리게 된다.
앞으로의 콘텐츠 생태계는 ‘무엇을 보여주느냐’보다 ‘누구에게, 언제, 왜 보여주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판단의 중심에는 AI 기반 큐레이션 시스템이 있을 것이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나를 위한 콘텐츠를 찾아주는 가장 정교한 안내자, 그것이 바로 오늘날 AI 큐레이션이 가진 가치다.